이즈르엘 평원의 끝자락인 갈멜 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알이라는 물신에게 영혼을 빼앗겨 버린 이스라엘 민족을 향하여 “여러분 언제까지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입니까? 주님이 하나님이면 주님을 따르고 바알이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십시오.”라고 서슴없이 외치는 엘리야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스라엘 지도에 있는 갈멜 산의 위치를 보니 희한하게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이즈르엘 평원이고 다른 한쪽은 샤론 평야였습니다.
해발 546미터 정도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양쪽으로 평야를 품고 있기에 히브리어로 케롬, 즉 포도밭이란 어원을 갖고 있을 정도로 비옥한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갈멜 산은 예로부터 곳곳에 우상 제단들이 서 있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알 제단이었다고 합니다.
북 이스라엘의 아합 왕 시대는 그 정도가 심하여 수많은 바알제단이 섰고 바알신을 추종하는 제사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엘리야 선지자입니다.
엘리야 선지자의 숨소리가 들리는 갈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왠지 흥분되었습니다.
므깃도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터라 잠이 슬슬 몰려왔지만, 눈을 부릅뜨며 갈멜 산의 나무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았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되어있는 갈멜 산의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제일 먼저 우뚝 서있는 선지자 엘리야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른손에 칼날이 휘어진 검을 들고 있는 엘리야였습니다.
지금도 양다리 걸치고 있는 갈멜 산의 꼭대기에서 눈을 부라리며 검을 들고 “언제까지 머뭇거리고 있을거냐? ” 외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엘리야 동상 앞에 서니 항상 머뭇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였습니다.
정상 한 곳에 조금만 성전이 있었습니다. 그 곳이 엘리야가 바알 신의 추종자들과 대결한 제단이 세워졌던 곳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춤을 추면서 심지어 자해까지 하면서 자신의 신을 부르는 바알 추종자들의 허무한 놀음 이후에 조용히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주님, 주님이 이스라엘 하나님인 것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하여 주소서.” 엘리야의 기도가 있었던 후 엘리야가 쌓은 제단에 여호와의 불이 타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도 엘리야의 제단은 초라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제단 속에 내려진 불은 여전히 우리들의 삶 속에 불타고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더러운 탐욕과 우상들이 성령의 불로 태워지길 바라면서 제단 앞에서 엘리야 처럼 기도를 해 보았습니다.
갈멜산 정상에 세워 놓은 전망대로 올라가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고 갈멜산 줄기를 따라 해안가로 내려갔습니다.
해안가로 접어들자 넓은 평야 지대가 나왔습니다. 샤론 평야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샤론의 꽃 예수 라는 찬송으로 익숙해져 있는 이름입니다. 해안도시 욥바와 로마시대의 중심지인 가이사랴가 위치해있고 현재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아비브가 속해져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