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가이사랴

by 로베르또 posted Feb 02, 2019 Views 14 Likes 0 Replies 0

갈멜산을 벗어나자 샤론 평야가 우리를 맞이하였습니다.

지중해를 곁에 둔 샤론 평야는 바울의 주요 선교거점으로 소아시아와 유럽선교를 위한 출발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지역이 샤론 평야에 속한 도시인 가이사랴입니다.


고대항구도시 가이사랴는 기원전 4세기 시돈 왕국에 의해 세워졌고 로마 식민시대에는 헤롯왕에게 기증되었다고 합니다. 헤롯왕은 가이사랴를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로마황제를 기념하는 가이사랴 라는 이름을 붙었습니다. 십자군시대에는 십자군의 해안 전초기지로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과 헤롯 시대의 바다 궁전 유적 그리고 십자군 성채만이 남아있어 명목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가이사랴에 도착하여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에서 시작되는 해안 길에 들어섰습니다. 지금도 공연을 하고 있다는 원형극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맨 끝 좌석에 앉아서도 무대에서 조그맣게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온 미국여행 팀 중 한 남자가 무대 중앙에 오르더니 찬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도행전의 여정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베드로를 초청한 로마의 백부장 고넬료가 예수를 영접하는 장면과 빌립집사가 바울의 예루살렘행을 만류하는 모습 그리고 바울이 벨릭스총독에게 끌려가 주님의 도를 전하는 재판의 광경 등이 아름다운 찬양과 함께 주마등처럼 내 눈앞에서 지나갔습니다.

로마황제의 이름을 딴 가이사랴의 분주한 화려함과는 달리 하나님께 선택받는 사람들의 나지막한 소박함이 겹쳐졌습니다. 분주한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나지막한 소박함은 우리를 가이사랴로 오게 하는 까닭이 되었습니다.


원형극장을 나와 가이사랴의 바다 궁전터를 지나 십자군 성을 잇는 바다사장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중해를 접한 가이사랴의 풍광은 한마디로 기막혔습니다.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것 같은 종려나무와 바다 가운데 고고하게 서 있는 십자군 성은 그 당시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해변을 걸어 십자군 성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침 결혼을 앞둔 남녀가 예복을 입고 가이사랴를 배경으로 예식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몇 마디 말을 걸고는 사진촬영에 함께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스라엘 어느 가정의 결혼 사진첩에는 분명히 내 얼굴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십자군 성을 나오자 마을의 유적들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의 어딘가에 고넬료와 빌립집사 그리고 바울이 머물렀던 집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너희는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에베소서2:12)” 인 이방인을 행한 복음의 행보가 시작되었던 가이사랴는 이방인이었던 나에게는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말미암아 이렇게 가이사랴의 조그만 언덕 위에서 주님을 찬양하게 된 것에 순간 마음이 울컥하였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 다 버리고 오직 복음의 열정과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 죄수 아닌 죄수가 되어 가이사랴에 끌려온 바울의 역경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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